2018.06.14 목요일


충무아트센터의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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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꼭 이걸 봐야겠다!했던 것은 아니었고 친구랑 어떤 전시를 볼까 같이 고르다가 다녀온 곳인데... 흠, 내 기준 돈이 아까운 전시였다. 우선! 성인 기준 가격이 9,000원인데 9,000원 값을 못하는 전시 규모. 보통의 전시장을 생각했을 때 큰 방 두 칸 크기니까 빨리 보려면 15분 안에 휘리릭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전시공간도 작지만, 전시내용도 그랬다. 전시가 의도하는 부분과 던지는 메세지는 매우 선명했는데 정말 그 한 가지뿐이었던 느낌. 이 한 가지 메세지는 돈 주고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사전설명과 간간히 있는 후기들을 읽고 간 사람으로서는 예고편에 영화 내용이 다 나왔다는 걸 깨달은 관객의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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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딱 두 가지다. 피사체의 눈빛과 A4 한 장 크기의 후기 전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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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는 총 20명의 사진과 인터뷰, 메세지가 걸려있다. 20명의 사연과 인생은 제각각 달랐지만 던지는 메세지는 비슷했다. 후회하는 사람도 후회하지않는 사람도 매순간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뭐, 좋은 이야기들이다. 이들의 문장보다는 사진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사진 속 사람들의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않는 웃는 얼굴, 생생하게 살아있는 눈빛같은 거에서. 말이 많은 사람도 있었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 다들 제각각의 인생을 살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이라고는 곧 죽을 사람이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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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트인 벽을 넘어 공간이 하나 더 있다.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재생되는 영상을 볼 수 있고 한쪽에서는 관람객들의 후기를 볼 수 있다. A4 한 장에 가지각색으로 채운 후기가 벽 한 면을 거의 빼곡히 채우고 있는데, 지금이야 덜 채웠으니 이렇지만 다 차면 운영측에서 선별작업을 할 것 같다. 현재도 A4용지와 각종 펜이 준비되어있는데 난 적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느낀 바를 하나하나 다 읽어봤는데.

같은 전시를 보고도 사람들은 느끼는 것이 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이 사진전이 전달하는 메세지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넘어 자신 이후에 이 전시를 볼 관람객들을 따뜻하게 다독여주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나만 힘든 줄 알았다며 부끄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이 사람들(전시된 20명의 환자들)처럼 끝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다. 죽음을 앞두고 대처하는 자세도 아마 다 다르겠지. 똑같은 일을 겪더라도 다들 다른 인생을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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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자필메세지, 인터뷰가 다인 전시였다. 도슨트가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내밀한 사연이나 사진 찍을 때의 상황, 에피소드들을 잘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전시장 입구에 진열되어 홍보 중이던 책에 더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있을까?


내가 전시를 아무리 빨리 봐도 1시간 반 - 2시간 정도 보는 편인데 이 전시는 다 보고 어느 정도 여운도 느끼고 내 생각도 정리하는데에 40분이면 충분했다. 오만할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나름대로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살고 있고 후회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명의 메세지에 공감하면서도 감동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전시 인테리어나 배경음악, 조명은 편안한 전시 관람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지만 역시 내 생각에 메인포스터에 걸린 메인메세지를 이해하기위해 9,000원까지 내야할 것 같지는 않다.


아, 친구나 지인과 함께 가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가서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마음을 돌아보기에 좋은 전시일 듯 싶다. 같이 가는게 나쁘진 않았지만 전시 자체가 나홀로관람에 적합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