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 5.0

2016년 3월 25일 현재 바람과 별무리는 3권까지 무료로 대여해서 볼 수 있다. 갑자기 바다가 배경인 작품들에 꽂혀서 해저 2만 리, 마스터 앤 커맨더, 캐리비안의 해적 등등 여럿 봤는데, 바람과 별무리도 그렇게 찾아보던 중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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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완이고, 조아라에서 유료연재 중이고, 나와있는 권수가 7권?8권?까지여서 1권 읽어보고 구매를 할지말지 결정하기로 하고 1권을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용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별 5개 만점에 별 4.5개? 항해를 하는 어리숙한 주인공과 노련한 베테랑 선원의 조합, 너무 판타지스럽지않고, 작가가 선상생활을 해본건가 생각해봄직한ㅋㅋㅋㅋ 꽤나 상상이 잘 되는 사실적인 묘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전개가 억지스럽지도 않고 차근차근 재산을 불려나가면서 주인공다운 약간의 운이 섞여 잔잔하면서도, 지루하지않게 사건이 터져줘서 펜시브에 머리 집어넣은 기분으로 주욱 읽어나갈 수 있었다.

초반 챕터에서는 1문단이 1문장으로 구성된 편집 스타일에 적응이 안되어 집중을 못하다가 익숙해진 뒤에는 내용에 초집중해서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ㅋㅋㅋㅋ 꿀잼. 유럽 지리를 모르니 지도 놓고 따라가보고 싶기도 하더라. 핵심 주변인물들도 성격이 뚜렷해서 좋다. 아, 애완동물 나오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배에 붙어사는 게는 너무 귀여워... 비중도 없고, 대사 한 줄 없고, 틈에서 나왔다 들어갔다만 하는데 왜 이리 귀엽죠... 주인공이 배와 함께한 오래된 선원으로 쳐주는거 너무 좋았다. 해양판타지 소설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판타지'하면 으레 생각하는 그런 판타지 요소는 나오지 않는다. 전개되는 분위기를 보니 앞으로도 비현실적 요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런 판타지 없이 실제로 그 시대에 그랬을 법하게 항해하는 상인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이 소설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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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만점에서 0.5개가 빠진 이유는 이 이북의 편집 상태 때문이다. 이건 글씨 크기 때문에 이렇게 보이는 것도 있다. 한 문단이 한두 문장으로 구성되어 한 줄을 차지하는데, 꼭 어정쩡하게 한 줄을 넘겨 둘째 줄의 5자까지를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남는 공간은 굉장히 휑해보이고,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덜하다.

2권 초반을 읽고 있는 지금 유심히 보니까 조아라 뷰어로 보면 좀더 가독성이 좋지 않을까 싶다. 왜 읽기가 불편한가 생각해보니 이 작품 자체가 조아라 연재작이다보니 책보다는 웹에 최적화된 문단 구성이어서 그런 듯. 단행본 포맷과 웹 포맷은 다르기 마련인데, 내가 이 소설을 책이라고 생각하고 봐서 불편했나보다. 1권에서 익숙해지니 2권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되고요ㅋㅋㅋ 사실 1권 읽는 중반까지는 1권만 편집이 이러겠지? 2권은 아니겠지ㅠ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2권도 따닥따닥 붙지 않는다...! 1권이랑 똑같아...! 내가 2권도 이러면 뒷권은 안 사려고 마음 먹었는뎈ㅋㅋㅋㅋㅋㅋ 재미있어서 안 사진 않을 거다. 이거 볼거야. 재미있어ㅠㅠ

익숙해지니 덜 거슬리기는 한데 편한 것은 아니라서 좀더 문장 하나하나를 문단으로 묶어줬으면 좋겠다. 조아라 연재작이어도 어쨌든 이북도 책이고, 다른 책들에선 책답게 문단이 구성되어서 나오고 있으니까. 웹연재에서 출발해서 출간되는 로맨스소설의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나?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바람과 별무리는 <span>태그로 묶여있어야할 문장 하나하나들이 <div>태그로 묶인 듯한 느낌? 스페이스바를 치면 되는데 엔터를 친 느낌? 한 줄 문단만 조금 수정되면 진짜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하지만 원래 이 책의 스타일이 이런거니 두둑하게 꽉 찬 문단을 자주 보기는 힘들 것 같아서 내가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5권 넘게 남았고 나는 이 작품이 좋으니 어떻게든 계속 볼 텐데. 그리고 결국에는 이런 문장 구성도 취향 문제이려나 싶기도 하고. 단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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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보면서 마스터 앤 커맨더 영화가 자꾸 생각나더라. 표절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사실적인 선상생활에 대한 묘사나  그 시대 상 뱃사람들의 풍습같은? 것도 그렇고, 둘이 시대 배경도 일치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사략선들이 돌아다니고, 영국과 프랑스의 대치 상황같은 시대 배경이. 배경은 같아도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들이 그렇게 다르니 딴판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다. (시기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은 뱃사람들의 생활보다는 액션과 개그, 잭 스패로우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끌어가는 부분이 큰데, 다른 두 작품들은 사뭇 다른 느낌이라ㅋㅋ. 배가 무거울 때 가장 먼저 버리는 선적들, 항해 중에 사람이 죽었을 때 시체 처리 방법, 술을 많이 싣는 이유- 뭐 이런 것들. 바다 한복판에서 서프라이즈랑 레드티가 만나면 진짜 재밌을 것 같네ㅋㅋㅋㅋㅋㅋㅋ. 잭이랑 제논은 죽이 잘 맞거나 아주 안 맞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바람과 별무리는 한국작가분이시고, 계속 쓰고 계시니 접근성이 좋은데 마스터 앤 커맨더는... 번역도 중단됐고, 작가 사망으로 작품 자체도 미완?으로 완결됐고. 영화로 한 에피소드를 잠깐 맛보고 끝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상상하는 맛이 있는데 진짜 원서라도 사야하나^.T 사는 건 사는 건데 영단어 찾아가며 읽는 것이 너무 귀찮은뎈ㅋㅋㅋ 언젠가 덕심이 귀찮음을 이기면 원서를 사서 읽고 있겠지 싶다. 읽다 보면 소금 냄새가 날 것 같고 내 머리가 푸석해질 것 같은 소설 너무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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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조아라에서 유료연재되고 있는 작품이니 조아라에서 이용권을 결제해서 볼 수도 있고, 이북으로 사서 볼 수도 있는데 어느 쪽으로 볼 지는 조금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눈 편한 걸 생각하면 당연히 이북인데, 웹에서 보는게 집중은 좀더 잘 될 것 같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