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 5.0


조아라에서 보는 대신 리디북스에서 차근차근 한 권씩 결제해서 보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11권 나왔는데 나는 6권을 보고 있는 중이고. 그 전권은 다 뛰어넘고 5권에 대해서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ㅋㅋㅋㅋㅋㅋㅋ 해밀튼ㅋㅋㅋㅋㅋㅋ 제독 때문이다. 평점? 1권 읽던 때랑 마찬가지로 5점 만점에 4.5점을 주겠다! 한 문단에 한 문장 들어가는거 너무너무 공간이 아깝다...


1
아니 할아버지가 왜 이리 귀여우신가! 현실에서 만났다면 야이 나이 헛먹은 노인네야 싶을 수도 있지만 소설이니 웃어넘길 수 있다. 스핏파이어 호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진짜... 고생이 많을 것 같다. 막말로 좆같은 상사잖아ㅋㅋㅋㅋㅋㅋ


2
처음 영입하러 저택에 찾아갔을 때에도 선장님 심정=내 심정ㅋㅋㅋㅋㅋㅋㅋㅋ 괴짜 할아버지라길래 아 남들과는 다른 센스를 가진 고집불통이겠거니,했지만 이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영입 조건에 갑판에 닭을 키워야한다는걸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심지어 이름도 이상해ㅋㅋㅋㅋ 제독으로 부르라는 것도 웃기고ㅋㅋㅋㅋ 선원 모집한다고 군대 만들고 있는 것도 웃기고ㅋㅋㅋㅋ 미친 진짴ㅋㅋㅋ 냉큼 유리한 조건을 주고받는 에이미가 대단하다


3
해밀튼 제독이 진짜 매력쟁이 귀염둥이인 게, 제멋대로에 권위적이고 고약하게 구는 반면에 무르게 구는 포인트들이 하나같이 사소하거나 평범한 것들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럼에도 나설 땐 나서는게 유능하기도 하고. 재력도 짱짱하고. 자기가 사랑해 마지않는 배를 타고 돈도 벌면서 죽을 때까지 바다를 돌아다닐 수 있다니 이거 완전 성공한 덕후 아니냐...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막무가내의 권력이 필요할 때 짠 나타나서 선장님 도와주는 걸 보면 영리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에 껌뻑 죽는 것도 귀엽다. 다음은 보면서 진짜 귀엽다고 느꼈던 부분 중 하나.

해밀튼 제독은 직접 일어서서 나무 그릇을 하나 들고 제일 먹음직스러운 부분, 그러니까 두툼한 넓적다리를 칼로 썰었다.

"역시, 제독님이 위아래는 명확하시다니까."

나는 그가 먼저 먹을 게 뻔했기 때문에 고기 접시를 얼른 낚아챘다. 제독은 눈썹과 수염이 무성하게 나서 대체 무슨 표정을 짓는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잠시 나를 보았다가 다시 고기를 썰어 접시에 얹어 냈다. 이번엔 안 뺏기려고 접시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으나, 에이미가 날쌔게 포크로 고깃덩이를 찍어 가져갔다. (…) 제독은 역시 에이미를 물끄러미 보다가 포기하고 다시 고기를 썰어냈다.

그리고 뜻밖에도 해밀튼 함장은 에디 로버트 경에게 고기를 주고, 제논에게도 주고, 브렛 마빈과 아담 머셔에게도 주었다. 마지막으론 자신의 고기도 잘라다가 접시에 놓고, 간이의자 격인 통나무에 앉았다. 그러나 그는 먹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문에 제논도, 에디 로버트 경도 못 먹고 있었다. 그는 일종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뭐 해? 제사 지내? 얼른 먹자고."

내가 한 마디 하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시발……."

제독이 작게 욕을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안 제독이요? 자꾸 서술자의 지칭이 바뀌는 것도 너무 웃기다. 바람과 별무리 아직 안 봤다고요? 얼른 보세요! 두번 보세요!


4
이전까지는 선장님 항해가 궁금해서 봤다면 5권은 특히 개그가 많이 들어가면서도 전개가 흥미진진해지는게 읽는데 속도가 붙었다. 해밀튼 제독이 아무거나 막 주워먹는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그냥 내가 배가 고픈건지 모르겠으나 음식 묘사하는 부분도 늘어난 것 같고…? 분명 시대상으로는 옛날 일인데, 21세기의 내 스스로를 거울에 비추듯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선원이야." 라고 스핏파이어의 간부이자 전직 군인이었던 남자가 제 가족들에게 말하는 부분이 특히나 그랬다. 힘들지만 익숙한 일을 택한다는 거.


5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은 참 조사를 많이 한 티가 난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 팍팍 든다고 해야할까? 사실 나야 잘 모르니 맞는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없긴 하지만 작가님이 언급했듯이 시대 배경이나 소품, 문화에 대한 고증에 신경을 쓴 소설이다. 주인공이 질문을 하면 주변인물들이 설명을 하는 구조로 독자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게 되고, 그 위치가 주인공과 같기 때문에 좀더 몰입이 쉬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이 항해하는 느낌이 나서. 이제 이 작품을 읽는 이유에는 항해도 있고 위꼴묘사도 있고 제독님도 있지만 알아가는 즐거움도 한몫한다. 뒷권 빨리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