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 5.0


조아라에서 선작해놓고 뜸하게 new 뜰 때마다 환호하면서 보던 작품이다. 그러다 새 편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놓았고, 나중에 출판된다는 소식에 사서보려고 선호작 삭제를 했었더랬다. 노리고 있던 책 세트의 할인 기간을 확인하려고 리디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리디 로맨스 캘린더?라는 게 있길래 구경을 했는데! 거기에 '레사드의 이슬'이 짠!! 마침 세일도 하고 있길래 냉큼 사버렸다.


전체적으로 평해보자면 조아라에서 보았던 때만큼 재미있었다. 결말도 해피하게 잘 끝났고. 사건과 사건 간의 완급조절도 잘 되었던 것 같다. 매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팝콘 튀겨가면서 봤으니까ㅋㅋㅋ 남주여주 둘만의 세계가 단단하게 형성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제일 좋았던 건 육아같은 느낌의 플라토닉 러브...? 질척이지않고 담백한 로맨스? 아 그래 순애. 생각해보니 얘네 키스도 안 했지? 다아 좋은데 한 가지 아쉬운건 후반부에 좀 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거. 그래서 개연성이 좀 느슨한 느낌을 받았다는 거? **씨는 어쩌다 **씨랑 일하게 되었나, 클라이막스에 **씨가 나타나게 된 정황이라던가, **씨가 어떻게 **씨를 찾아갈 수 있었나 뭐 그런 것들. 에녹과 루시의 여행이 진행될수록 둘의 감정선도 변하고 여행의 목표도 선명해지는데 막판에 좀 확 풀린 느낌이 없잖아 있다. 그래도 설정오류도 없고, 설명이 불충분한 느낌이지 쌩뚱맞진 않으니까 넘어간다. 그것 때문에 0.2점 빼고 4.8점. 맞물려있는 것들도 모두 잘 설명되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 감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으니까 4.8점.



1

초반에는 남주 에녹이 아슬아슬한 꼬마 루시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걸 구경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중반까지는 하얀산의 마법사라던지 파랑새를 노리는 모종의 세력이라던지 에녹의 과거라던지 떡밥이 하나하나 풀려나가는걸 따라가느라 지루한 줄을 몰랐다. 후반에는 여행의 끝이 보여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내가 로맨스는 뒷전이고 스토리에 급급해서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기도 하네ㅋㅋㅋㅋㅋ 루시가 말수가 적고 표현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주로 에녹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얘는 입이 거칠고 주변인이 가만두질 않는 인기인이기도 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있다보니 또 그게 귀여워서ㅋㅋㅋㅋ 남녀가 쌍으로 하는 짓이 귀엽다.


2

누가 나더러 장르를 정하라고 한다면 로맨스판타지가 아니라 판타지로맨스로 할 거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연애 대신 모험을 합니다. 판타지 9 로맨스 1. 그래서 내가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한게, 나는 로맨스소설을 볼 때 썸탈 때는 재미있게 보는데 서로 감정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연애 시작하면 확 식어서 책을 덮는 이상한 심리가 있기 때문에ㅋㅋㅋㅋㅋ 이 소설은 명색이 장르가 로맨스인데 연애하고 데이트하고 그러는게 거의 없다. 아니 그냥 없나? 그래도 유사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로 질투도 하고 그러긴 하는데 그 강도가 거친 폭풍보다는 잔잔한 실바람 정도다.

다시 한번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연애 대신 모험을 합니다. 감정에 따라 사건이 전개가 되는게 아니라 사건이 전개되면서 감정이 따라감. 잔잔하고 힐링되는 거 좋아하거나, 판타지 세계관의 여행이나 모험 이야기 좋아하면 재밌게 볼 것 같은데, 격정적인 로맨스나 끈적한 연애를 원하면 이건 안 맞는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대신 이런 거 좋아하면 2007년도 네덜란드 영화 Blind도 봅시다. 여기도 둘이서 완전하고... 결말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내게는 긍정적인 방향이고, 사랑받는 기분이 듬뿍 느껴지는 인생영화bbb 영상미도 있고 연출도 훌륭하고 메세지도 강렬해서 이거 재개봉해줬으면 좋겠다-하고 종종 생각한다.


3

가만히 이거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 소설 완전 사랑꾼 소설 아니냐. 미움과 증오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행동하고 그 행동 때문에 내용이 진행된다. 그 사랑들이 맞물려서 큰 흐름이 되고 마지막이 오면 오,하고. 이것도 이 작가님 특유의 분위기일 지도 모르겠다. 예쁘고 몽글몽글하고 사랑스러운 것들로 가득 채운 무언가가 읽는 내내 느껴지는 거. 그게 어떤 종류의 사랑이던지간에.


4

사실 너무 매가리없는 캐릭터는 좋아하지 않는데, 루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배경 설정이 있고, 작중에 충분히 그게 표현이 되어서 짜증없이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엔 등떠밀렸을지 몰라도 스스로도 극복하고 싶어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여행도 하고. 루시는 여리고 약하고 위태롭게 묘사되고는 있지만 조용하게 당찬 느낌으로 읽혀서 꽤 괜찮았다. 처음 조아라에서 읽을 때는 루시는 됐고 에녹 때문에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었을 때는 뭐, 둘 사이의 넘치는 배려가 보기 좋아서 둘 중 하나가 달랐더라면 이런 내용이 나올 수가 없었지 싶다. 루시가 잘 나가는 슈퍼걸이었음 에녹이 보듬고 신경쓰고 할 것도 없었겠지.


5

불 다 꺼서 어두운 무대 위에서 루시와 에녹 주변으로만 딱 스포트라이트 켠 느낌으로 진행된 소설이라 그런지 그 둘과 얽힌 부분에 대한 설정들만 풀려서 보여주지않은 다른 면을 좀 보고싶어졌다. 일종의 무대장치 말이다. 아껴보려고 남겨놓은 외전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씨 얘기라던지, 세계관 얘기라던지 이것저것. 있었으면 좋겠다. 없다면 없는대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음- 외전 얘기가 나와서 적는데 if 설정으로 들어간 외전 2편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에녹이 신성기사 직책에서 탈주하지 않고, 루시가 조금 일찍 신전 측에 발견되었다면?의 미래가 주된 내용인데 본편이 훨씬 좋다. 짧기도 짧고, 본편의 루시·에녹만큼 이일저일 겪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아니라서? 아, 분량이 짧다보니 더 어린애처럼 느껴져서 그렇기도 하네. 외관이 어린 것과 진짜 어린 건 좀 다른 얘기다. 물론 이쪽 루시도 속 깊은 얘기를 하지만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따뜻한 이야기인 건 변함없음.


6

아 맞아ㅋㅋㅋㅋㅋㅋㅋ 중후반 읽을 때까지 난 도대체 왜 제목이 레사드의 이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었다. 그게 정상입니다. 후반 가서야 중요한 떡밥들이 빵빵 터지는 식이라. 조아라서 볼 때부터 도대체 그래서 레사드의 이슬은 뭐지? 루시의 눈물? 하다못해 맥거핀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었다. 파랑새도 그 맥거핀 파랑새가 연상되기도 하고ㅋㅋㅋㅋㅋ 그게 벌써 2년?쯤 전 얘기였나? 2년 만에 알게 된 레사드의 이슬의 의미ㅋㅋㅋㅋ 제목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에서 다루는 몇 가지 포인트를 모두 관통하는 핵심적인 제목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7

전 5권인데, 이틀 동안 후루룩 집중해서 보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외전을 2편 읽고 3번째에서 남은 분량이 아까워서 잠시 멈췄다. 만족감이 좀 가시면 다시 펼쳐서 채워야지. 분명 읽고 나서는 마구마구 생각이 이어져서 정신이 없었는데 막상 뭔가 쓰려고 보니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 20161030

남은 외전을 다 봤는데, 외전들은 다 if 설정일 때의 에피소드라고 보면 된다. 루시가 조기에 신전에 발견되어 에녹이랑 지내게 되었을 때 이야기. 역시 난 본편이 더 좋다. 하긴 본편보다 외전이 좋았던 적은 드물지. 대개 스토리에 필요는 없지만 덜 풀린 설정 풀거나 상황극이나 뭐 이런 게 외전으로 들어가니까. 그래도 루시 에녹의 if설정보다는 다른 인물 중심의 외전이 있었으면 좀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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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사드의 이슬'로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친구랑 조아라 선작목록 얘기를 하다가 알고 보니 서로 최근에 제일 챙겨보고 있는 서로 다른 작품의 작가가 동일인이었던 게 계기가 되어서 아예 필명을 기억하고 다른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봤는데ㅋㅋㅋㅋ 작가님 취향이 한결같은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작품들이 피폐와는 거리가 멀고,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 든든한 남주와 어린 여주의 조합 그리고 주인공들의 관계가 꽉찬 1대1로 묘사되었더랬다. 사실 패러디도 꽤 쓰시고, 모든 작품들을 다 본 건 아니라서 단정 짓지는 못하겠는데 대충은 그렇게 느껴진다. 어, 여기서 꽉찬 1대1 관계라는 건 '둘이서 하나'라는 말이 절절히 와닿을 만큼 남주여주가 서로만을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거... 그리고 관계가 담백하다. 음 말주변이 부족해서 설명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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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가님 작품들 중에서 '레사드의 이슬', '아빠와 나', 나루토 패러디인 '한 떨기 딸기꽃처럼'?의 여자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외관 상 어리지만 속깊은 아가씨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아빠와 나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남주여주 둘로 완전해서 다른 캐릭터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위해줘서 보는 사람이 다 힐링되고 흐뭇해지는 이야기가 작가님 글의 특징인 듯 싶기도 하다. 둘 사이의 감정 묘사가 충분하고도 자세해서 대리만족이 아주 그냥. 한쪽이 여럿 휘어잡고 들었다 놨다 하는 소설도 가끔 보면 좋지만, 보통은 이런 둘만의 세계가 확고하게 형성된 쪽을 선호해서 셋 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중에서도 '레사드의 이슬'은 미완일 때에도 인생로맨스소설이라고 할 만큼 좋았었고. 셋 중에서는 이거랑 나루토 패러디가 좀 비슷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