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 5.0



하도 혹평이 많아서 정말로 기대없이 보러갔더랬다. 작년엔가 처음 영상 떴을 때 이건 반드시 보러간다고 손꼽아 기다렸었는데ㅋㅋㅋㅋㅋㅋ 어쩌다 이리 됐지. 개봉한 직후도 아니라서 상영관도 적고 시간대도 그다지 선택의 폭이 크지는 않았다. 우리 동네 메가박스는 조조/심야가 만원돈이라 아까운 관계로 평일 낮에 다른 메가박스에서 멤버십 할인을 받고 봤다. 음, 할인 안 했으면 돈이 아까웠을 것 같기도 하고, 괜찮기도 하고-? 사실 내용 진행 상 다들 술 한 잔씩 걸칠 때를 기점으로 전반부는 그래도 꽤 재미있게 봤고, 후반부는 정색하고 봤다. 워너 사가 손댄 게 전반부고 감독이 만든 쪽이 후반부랬던가? 그럼 난 워너 쪽이랑 좀더 맞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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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말이 많은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나도 좀 한 마디 해볼까 한다. 조커나 할리퀸, 기타 다수의 빌런 캐릭터들에 대해서 빠삭하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빌런이라기엔 대중적인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많이. 애초에 DC코믹스에 아예 관심없는 사람들은 배트맨 정도만 알고 조커조차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중간하게 본 나는 카타나랑 디아블로, 인챈트리스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들어봤는데. 그런 면에서 이상한 면으로 원작 영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건 분명 캐붕같은데, 원작에선 얘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거지;하고 코믹스를 봐볼 생각이 절로 든다ㅋㅋㅋㅋㅋㅋㅋㅋ 각 캐릭터들은 분명 한 개성들 하는데, 영 내용 면에서 그 부분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기존에 알려진 조커나 할리퀸도 분명 이런 애들이 아니었어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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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커는 관심이 있어서 몇 달 전에 아캄어사일럼, 킬링조크 등을 사보았었는데 얘가 영화에서처럼 절대 할리퀸바라기 사랑꾼은 아니다. 원작 설정을 준수해주었더라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사랑꾼... 양아치... 신선해서 나쁘지는 않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코믹스를 안 봐서 더 뭐라 못 하겠네. 그럼에도 조아라 패러디 란에서 연재될 법한 아우라가 퐁퐁. 영화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조커를 생각하고 또 기대하고 봤더라면 똥 씹은 기분이 들었을 거다. 기존의 캐릭터라도 각기 다른 배우가 맡으면 각기 다른 조커가 탄생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서도. 배트맨 관련 코믹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일반인들에게 호기심을 던져줄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아 그런데 중간에 헬기에서 할리퀸 밀치는 건 도대체 왜 그런 거지?????? 같이 뛰어내리면 되잖아??? 조커 그럴 능력 되잖아? 굳이 죽은 것처럼 가장할 건 또 뭐야... 포스나 공들인 연출에 비해 비중이 적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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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은 사랑스러웠다. 마고 로비는 해외 드라마 '팬앰'으로 처음 알게 된 배우다. 그때는 오, 고전적인 미국 미인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할리퀸 역을 맡으니 굉장히 색달랐다. 일단 비주얼은 진짜 찰떡같이 잘 어울렸지. 작중에서는 좀더 미친년스럽게 나왔으면 좋았을걸. 미친년을 연기하는 당찬 여주인공 느낌이 나서... 그래도 비주얼은 최고였다. 엉뚱한 곳으로 튀는 역할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도 잘 된 것 같고. 그런데 지금 쓰면서 생각하는건데 할리퀸의 매력적인 모습은 예고편에 다 있네?????????? 모든 몸 쓰는 캐릭터들이 다 그랬지만 액션은 좀 약했다. 스턴트 안 쓰고 배우들을 훈련시켜 찍었다고 하니 이건 감안해야할 것 같다. 아니, 근데 내가 돈 주고 보는데 감안해야하나ㅡㅡ? 액션 기대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뭐 그냥... 저냥... 결론은 할리퀸이 눈요기에는 진짜 좋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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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샷. 얘 처음에 마블 쪽 데드풀이랑 헷갈렸었다. 어... 옷색이 비슷해서...? 어디 코믹스에서 데드샷이 잠깐 나왔었는데... 그래서 대충 얘가 빌런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자세히 아는 건 아니었어도. 근데 작중에서의 데드샷은- 아니 뭐 이런 인정 많은 나쁜놈이 다 있지ㅋㅋㅋ? 아 그래도 혼자 앞장서서 쫄따구들 쓸어버릴 땐 멋있긴 하더라. 문제는 빌런이라기엔 너무 착하게 나왔다. 빌런도, 그래, 사람인데 정을 줄 수도 있지! 근데 너네 만난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그렇게 쉽게 정을 주냐! 서로 망설임없이 뒤통수치고 어? 서로 손발 안 맞아서 으르렁거리고 어? 그래야지! 쨍쨍한 여름방학에 땀 뻘뻘 합숙하면서도 한 시합 한 시합 겨우 이겨내는 스포츠만화들을 생각하면 너네 팀워크 너무 환상적인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

극초반에 금액 2배로 받아내는거 보면서 유쾌한 빌런 보소 등처먹는거 봐라ㅋㅋㅋ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서 영 흥미가 식었다. 배트맨 쏘려다 딸 때문에 총 내린 시점에서 데드샷은 이미 절반은 갱생 완료된 거 아니냐. 코믹스 찾아보고 싶게 만든 대표 캐릭터다. 나름대로 중구난방 개성캐릭터들을 중재?하는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원래 데드샷의 성격인건지, 배우가 윌 스미스여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다. 캐릭터는 분명 매력이 있는데. 수어사이드 스쿼드 코믹스가 2권까지 서점에 풀렸던데 돈 남으면 사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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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멋있었다. 화력 짱짱. 근데 아니 뭐지? 왜 마지막에 잘 싸우다 왜??? 용두사미 쩔어서 납득 안되는 부분이다. 얘는 코믹스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마냥 나쁜놈이라기엔 자수해서 들어온 것도 그렇고 힘 안 쓰려는 것도 그렇고, 데드샷처럼 반쯤은 갱생 완료된ㅋㅋㅋㅋㅋ 사실 내가 이 영화 예고편 보면서 기대했던 건 각자 개인플레이하면서 깽판 놓는데 그게 어찌저찌 잘 굴러가서 일을 해결하는 류의 내용이었는데 이건 뭐 착한 놈 반 나쁜 놈 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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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나... 코믹스에 나오는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비중도 없고, 포스도 없고. 아니 경호 역이라며ㅋㅋㅋㅋㅋ 근데 왜 릭 플래그 두 번이나 끌려가게 만드냐ㅋㅋㅋㅋㅋ 범죄자는 다 죽어야한다며ㅋㅋㅋㅋ 왜 같이 놀고 있는 건데. 어쨌든 다수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특징이 묻히는 느낌이었다. 복장만큼은 독보적으로 튀는데 말이야.

대사는 일어인 것치고 대충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간단했는데, 그렇다고 자막을 안 띄워주면 어쩌냐; 극장마다 시간마다 자막이 다르던데 내가 본 자막은 영 시원찮았다. 초벌자막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겠음. 번역을 할 거면 다 하던지, 일어 모른다고 안 하기 있기 없기? 그럴 거면 다른 일어 번역가한테 가볍게라도 맡기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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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챈트리스는 오빠한테 힘 받기 전에 시커먼 사다코일 때 매력적이었다. 힘이 엄청 강력한 것도 그렇지만 준 문과 인챈트리스의 갭이 큰 게 매력이다. 무기 만든다고 춤출 때는 굉장히 어설퍼보여서ㅋㅋㅋㅋㅋ 용가리? 빅웜? 이무기? 뭐였지 그 영화에서 사랑해요, 대사 치고 절벽 아래로 몸 던지는 장면만큼이나 어설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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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진짜 악당은 자살특공대가 아니라 국장이다!가 메세지다 싶을 정도로 국장은 냉정하고 가차없었고, 빌런들은 정감이 넘쳤다. 삽입된 음악들이 신나고 빌런들 보는 맛은 있었지만 단지 그뿐ㅋㅋㅋㅋㅋ 스토리는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볼 것이 없었다. 일반인에게 DC에는 이런 악당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소개하는 영상인 듯도 싶고. 그런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는 먹혔을 지도? 아마? 어떤 영화든 적당히 재밌게 보는 편이라 이 영화가 엄청나게 망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 많은 개연성 부족과ㅋㅋㅋㅋ 개성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과, 혹평들이 있었어도 나름대로 재밌게 봤기 때문에. 어, 그치만 분명한 건 DC의 네임밸류와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기준으로 흥행을 따지면 아주 망했다는 거랑, 기존의 DC 덕후들은 아주 실망했을 거라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