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 5.0


요리사가 쥐인 영화. 처음 개봉했을 때만 해도 관심도 없었고, 불과 그저께까지만 해도 관심 없었던 영화다. Le Festin이라는 수록곡이 너무 좋아서 영화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결론은 재미있었다. 중간중간 늘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애들 눈높이에도 맞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주인공이 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정적인 부분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1

요리를 쥐가 하든 인간이 하든 요리라는 작업 자체는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보는 내내ㅋㅋㅋㅋ 뭔가 맛있고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어지더라.



레미 잡아다가 하루종일 식사만 만들라고 하고 싶다. 맛있는거... 담백하면서도 구수한거... 짭짤하고 자극적인거... 브로콜리 까바르마 먹고 싶다.


2

음식 관련된 작품들에서는 그 느낌에 대한 표현이 나오기 마련이다. 요리왕 비룡이라던가, 신의 물방울이라던가. 모 향수도 제품의 향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기도 하더라만 뭐 어쨌든. 라따뚜이에서는 불꽃이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표현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드넓은 초원에 사자와 기린이 함께 뛰놀 것 같은~과 같은 비유가 붙지 않는 것에 안심ㅋㅋㅋㅋㅋ하는 한편으로는 조금 막연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기야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구체적으로 설명할수록 상상이 제한될 수도 있겠지. 치즈와 딸기의 조합은 아주 옳다. 네덜란드 치즈 작게 썰어서 샐러리 찍어먹고 싶다... 프랑스 치즈에 와인 한 잔 하고 싶다... 그리스 페타 치즈에 요거트 비벼 먹고 싶다... 토마토 카프레제...


3

군침 도는 연출과는 별개로, 침묵 속의 추격전은 심심했다. 인간 주인공ㅋㅋ인 링귀닠ㅋㅋㅋ이름 봐라. 링귀니와의 추격전도 그랬고, 주방장과의 추격전도 그랬다. 긴박감보다는 언제까지 쫓고 쫓길거야-싶은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참신하게 도망가고 쫓는 것도 아니고.


4

요리를 할 때마다 음악이 깔리는데 너무 좋았다. 제일 좋았던 부분이면서도 제일 이 영화의 주제가 잘 드러났던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깊었다. 비평가 이고의 비평을 독백 처리하고, 서서히 음악이 깔리면서 복작복작한 레스토랑을 보여주는 것까지! 너무 좋았다! 음악이 신의 한 수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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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적으로 따져보자면 스토리가 좀 엉성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레미가 링귀니랑 같이 일하기 시작한 부분부터는 쥐가 가진 병균이 걱정되고ㅋㅋㅋㅋㅋ 중간에 링귀니가 식당을 상속받는 부분부터는 너무 급전개라 주방장의 최악의 상상을 보여주는 줄 알았다. 실제로 그렇게 전개되는 건 줄은 계속 보면서 알았다. 레미는 결국 요리사로 재능을 인정받고 성공했지만 레미의 쥐밍아웃(?)을 도운 링귀니는 좋아하는 여자랑 잘 되고 일자리를 얻은 것 외에는 크게 조명된 것도 없고. 유명한 비평가가 개업한 잘 나가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웨이터면 출세한... 건가...? 첫 쥐밍아웃에 뛰쳐나간 다른 요리사들은 어떻게 됐고? 조연까지 확실하게 신경써줬더라면 진짜 명작이었을 텐데 좀 아쉽다. 뭐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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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에밀. 보면서 너무너무 불편했다. 레미가 보살이야, 보살...! 그래도 가족이라고 품는 것도 좋고, 돌봐주는 것도 참 착하더라. 나도 가족들에게 보듬어지고, 나도 가족들 보듬어줘야지.


7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악역이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주방장이 링귀니를 내쫓으려하고, 상속 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눈엣가시처럼 생각하긴 하지만 식당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사업 확장도 생각하는 거 보면 그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겠다는 생각? 욕심을 부린 건 악역 포지션에 맞는 행동이었지만서도. 구스토 식당의 별을 한 개 깎아먹은 비평가 이고도 악당같이 나왔고, 악당 비주얼이었지만 쉽게 요리에 감화되어 종국에는 주인공을 돕고ㅋㅋㅋ 난 갱생한 악당 좋아한다. 갱생하진 않더라도 주인공 도와주는 악당?을 좋아한다. 이런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아주 밉게 나오지 않아서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익살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더욱. 근데 마지막에 식사 혼자하는 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없졍ㅋㅋㅋㅋㅋㅋ큐ㅠㅠ 외국에서 만났던 노인들은 대개 친구들하고 식사하면서 수다 떠는 낙이 있으시던데 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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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재밌게 봤다는 거다. 프랑스 억양?의 영어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ㅋㅋㅋ. 아무 생각없이 좋은 노래를 듣고, 피식 웃고 싶다면 볼 만한 영화다. 기대했던 것만큼 요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