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 5.0



*스포 주의*



진짜 재미있게 봤다. 다만 다운 받아서 보는게 편한데, 네이버 영화엔 없어서 찾아보기가 좀 번거로웠다. 이거 유명한 영화 아닌가?????? 왜 다운로드를 서비스하지 않는 거야???? 왜??? VOD 이용하는 것보다는 다운 받아서 보는 게 좋은데 ㅠ.ㅠ



1

90년대 초반부터도 범인이 성도착증이 있는 설정이 있었구나 싶어서 놀랐다. 어 그런데 범인이 미친놈인 건 맞는데 이걸 성도착증이라고 일축하면 안될 것 같다? 한니발이 말했듯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인 것 같아서. 내 신체가 그런 식으로 양성 모두를 담고 있으면 당연히 성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테고, 이상하게 보는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수치스러울 테고... 몇 달 전에 봤던 뒷통수 10대는 후려맞은 모 영화가 생각나네. 사회는 한 명의 사람에게 하나의 성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 영화 내에서는 사회적 시선으로는 남자, 내면적 욕망으로는 여자인 범인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랬다. 특히 엔딩에서 나비 그려져있는 모빌?이 빙글빙글 예쁘게 돌아갈 때... 물론 그거랑 별개로 살인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네이버 영화평에서 누구는 좀 진부하다고 하던데, 그건 나도 좀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범인 설정이었을지는 몰라도 요즘은 이런 범죄 케이스가 많이 소개되었고, 실제로 이걸 소재로 하는 범죄스릴러 영화나 드라마들이 꽤 있으니까. 실제로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두어 개 된다.


2

사실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가 궁금해서, 조디 포스터가 워낙 예쁘게 나온대서 본 거였는데ㅋㅋㅋ 생각 외로 이 두 가지 목적에 집중하지 못하고 영화 내용에 깊게 몰입해서 봤다. 사람 먹는 살인마인데 매너있고, 점잖고, 똑똑하고... 사실 좀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음, 그 묘사들 그대로더라. 왜 매력적인 악당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든 자기 주관 뚜렷한 사람에게서 카리스마 비슷한 매력을 느끼는 건 똑같은가 보다. 그런데 클라리스(조디 포스터)에게 잘해주는 것 자체는 알겠는데 왜 잘해주는지는 사실 잘 이해가 안된다. 예의를 지켜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사실 상 제 환자인 격이라서? 감옥 최고관계자인 칠튼 박사가 한니발 렉터의 가치를 중히 여기면서도 깎아내리는 것도 잘 납득이 되지 않았고. 죄수를 다룰 때 지나치게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뭐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유별나게 남을 잘 이해해주거나 다른 사람이 안 하는 걸 하려고 들고 거기서 스토리가 출발하기는 하지만...


3

잔인하다면 잔인하고 시뻘건 피가 나오는 장면은 피할 수 없지만 실시간으로 사람이 토막나거나 총에 맞거나 인육 시식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노출되진 않아서 되게 영국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영국은 뉘앙스/분위기만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넘어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식은 총을 쏘면 그대로 사람이 맞는 걸 보여주고, 영국식은 총을 쏘면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식으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고,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 둘을 적절하게 버무렸다는 생각이 든다.


4

아, 생존자인 피해자 캐서린은 좀 밥맛이긴 했는데 마냥 울지 않고 제 살 길을 도모하는 게 보기 좋았다. 피해자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탈출 시도를 당연하게 하지만, 이게 조연이 되었을 때에는 내용적으로 그런 능동적인 태도를 잘 기대할 수가 없다. 성패 여부를 떠나서 개든 뭐든 이용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꽤 괜찮았다.


5

보면서 참 뭣같다고 생각했던 게, 저 시대에 업무적으로 남초인 직장에서 여성 직원이 받는 취급이ㅠㅠ. 같이 있던 다른 여성동료에 대한 시선은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클라리스가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설정이 있어서 더 시선들이 노골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 러닝하다가 불려갔을 때만 해도 별로 그런 기색은 없었는데;; 클라리스 스털링이 내내 차별 받는 것하며, 시선 받는 것하며, 마지막에 승진 축하 파티에서 잭 크로포드가 악수할 때 꾸욱 잡는 거^.^... 어떻게 거기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고 있을 수가 있지-는 무슨 나였어도 상관이 그러는데 불이익 받기 싫으면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었겠지 시바ㅋㅋㅋㅋ 저 시대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눈빛을 보냈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살인마인 한니발 렉터가 다른 수감수의 성추행, 무례를 사과해주는데 왜 내가 다 그게 고마운 건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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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의 출연 시간이 100분이 좀 넘는 러닝타임 중 고작 15분밖에 안된다는 점이 놀랍다.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는데 말이야. 보니까 양들의 침묵이 시리즈물이라길래 이거 보고 괜찮으면 다음 편도 찾아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한니발 캐릭터에 대한 맛보기 겸 미리보기 격으로밖에는 풀리지가 않아서 꼼짝없이 다음 편을 보게 생겼다. 제목이 왜 '양들의 침묵'인지 궁금했는데 다 보고 나니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끝나기 직전에 한니발이 전화해서 양들이 잠잠해졌냐는 질문을 던질 때, 오! 싶더라.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클라리스 스털링에 대한 이야기이고, 클라리스 요원의 서사를 풀어가는 와중에 한니발 렉터는 양념을 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영화 보기 전에는 그 반대인 줄 알았지^^!! 어쨌든 난 아직 한니발 렉터가 어떤 인간인지 궁금하므로 다음 편을 볼 거다. 아마 그 영화로도 풀리지 않으면 원작 소설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