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 5.0



사실 평이 그냥저냥 무난해서 안 보려고 했었다. 실사화해서 성공한 케이스를 잘 못 보기도 했고...? 그래도 결국에는 디즈니에서 다시 만들었다는 것 때문에, 영상미가 있다는 말에 눈호강이나 하자싶어서 보러갔다.

전체적으로는 말그대로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했다. 내용이 크게 바뀐 것은 없었기 때문에 추억의 향수도 느끼고 눈호강도 하고 귀도 즐거웠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영화 미녀와 야수도 재미가 없진 않았다. 놀라웠던 건 벨 빼고는 왜이리 다들 똑같이 생겼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똑같이 생긴 배우들 찾느라 고생 좀 했을 것 같다. 특히 개스톤이. 개스톤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았다. 생긴 것도 똑같고 연기도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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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용 면으로 보면, 애니메이션 볼 때는 그러려니 했던 부분이 실사화되면서 디테일한 부분이 조금씩 추가된 느낌이다. 아무래도 실제 사람이 연기를 하다보니 현실적인 면이 가미된 게 있겠지. 그리고 동시에 원작 요소가 섞였다. 모리스에게 장미나 한 송이 가져다달라고 부탁하는거. 그리고 이 장미 때문에 옥에 갇히는거. 이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 소설에 있었던 내용이다.

여기서도 디즈니가 성인을 타겟으로 했다는 생각을 했던 게, 개스톤이 벨에게 청혼하면서 거절 당하니까 현실을 보라고 했던 거. 좋은 꿈 꾸고 있는 사람에게 찬물 끼얹는 발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니메이션 개스톤은 못된 짓해도 그냥 머리 텅텅 빈 허당미남같아서 귀여웠는데 3D 개스톤은 진짜 비열하고 못되어보이더라. 깨알같이 현실 반영된 부분들이 곳곳에 있다.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벨의 어머니 얘기라던가. 왜 넣었는지는 의문이지만서도.

근데 중요한 게 뭐냐면 현실감이 양념으로 들어갔는데 그래도 스토리가... 빈약해... 개연성 어디...ㅠㅠ 화려한 영상미와 추억 넘치는 OST를 봐서 넘어가주는 수준이다. 원래도 그렇게 둘이 금사빠였나?? 아니면 배우들의 연기 문제일까??? 영상미도 좀 할 말이 있으나 그건 나중에. 어쨌든. 성공적으로 2D와 3D를 연결했지만 내용 면에서 손 본 건 거의 없다. 오리지널이래봐야 뜬금없이 튀어나온 마법의 책이랑 어머니 이야기인데, 이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점수가 깎이고, 스토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점수가 깎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녀와 야수 개봉했다고 요즘 자주 틀어주는 겨울왕국만 봐도 내용 면에서 썩 완성도 있는 느낌은 아니었던 걸 생각하면ㅋㅋㅋ 개연성 떨어지는 건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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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연출에 감탄하고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던 부분은 Be our guest 디너쇼랑 꽃이 다 져서 사용인들이 물건으로 변해버릴 때. 애니메이션에서도 개성 강한 조연들이 톡톡 튄다고 느꼈는데, 각자의 관계들?이 있어서 좋았다. 밋밋한 그림들이 화려한 장식품으로 변신해서 더 그랬을 지도. 특히 루미에르&플루메트는 깨가 쏟아지는 성인들의 로맨슼ㅋㅋㅋㅋ 느낌이 물씬 있어서 좋았다. 루미에르가 콕스워스와 작별인사를 하고 팔 들어올리면서 빙그르르 돌아 물건으로 변하는 부분 너무 좋아서 지금도 아른아른하다. 텀블러에 짤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내가 못 찾는건지 없네ㅠ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잘 바꿨다고 생각되는 건 야수가 인간될 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 적 볼 때도 도대체 손가락 발가락에서 왜 레이저가 나가야하는 건지 이해가 안되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난 야수가 총 맞고 쓰러졌을 때부터 얘가 또 레이저쇼할까봐 웃지 않을 준비 단단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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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 마법에 걸린 사용인들이 고급스러운 느낌이어서 좋았다. 3D게임이라고 쳤을 때 애니메이션은 저해상도 찰흙인형이고, 영화는 고해상도 인간같은 느낌으로 많이 예쁘고 화려해서 좋았다. 눈호강이 목적이면 성공적으로 재밌게 볼 영화다. 콕스워스, 루미에르, 플루메트... 기타 등등 고급스럽고 번쩍번쩍해서 좋았는데! 그래서 나는 당연히 장미꽃과 유리돔은 정말정말 예쁘고 화려하겠거니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유리돔이 커팅이 되어있어 장미꽃 잘 보이지도 않고... 썩 예쁜 느낌도 아니었다. 벨이 처음 장미꽃을 발견할 때에는 좀 임팩트있고 화려하게 연출해줄 줄 알았는데 너무 밋밋했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장미꽃 주변이 붉게 빛나는데 영화는 그런 거 없이 그냥 장미꽃이었다.

대망의 무도회 장면도...ㅠㅠ 너무 어두웠다. 노랗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에, 바닥에 하늘이 비치면서 별천지 느낌이 나는 딱 그 분위기를 참 좋아했는데, 벨의 황금드레스 소재가 생각했던 소재가 아니어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이 더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실크같은 반짝이는 옷감을 쓸 줄 알았지. 물론 쉬폰같은 그 드레스도 예쁘긴 했는데 아쉽다ㅠㅠ 조명같은 경우에는 성의 천장이 높아서 어쩔 수 없었던 걸까? 감독이 연출 의도와 실제 영상이 맞지 않았던 느낌이다. 특히 춤출 때 벨의 종종걸음을 보면서 난 튀어보이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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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배우에 대해서는- 우선 주인공들 매력이 반감됐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 과장의 대명사이니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다는 거 안다. 그런데 야수는 초기에 화장 빡세게 했을 때랑 야수일 때가 제일 매력적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에 파티 장면에서 화려한 화장한 거 진짜 예뻤는데!!!!!! 야수일 때도 넝마가 아니라 사람 옷 걸치니까 괜찮았는데!!!!! 사람 되니까 좀 초라하고 못생겨보였다.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ㅋㅋㅋㅋㅋㅋㅋㅋ. 초상화랑 똑같이 생겼던데... 이런 건 똑같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벨같은 경우는... 아마 연기력 문제이지 싶다. 벨이라기엔 너무 엠마 왓슨이었고, 헤르미온느였다. 엠마 왓슨은 정말 예뻤는데 벨은 벨같지가 않았어ㅠㅠ 그리고 내가 아는 벨은 꽤 성숙한 이미지인데, 엠마 왓슨이 말라서 그런가 볼륨감이 없어서 성숙한 느낌보다는 정말 어린 십대 소녀같은 느낌이 났다. 한국판 보보경심에서의 아이유랑 비슷하게 어리고 풋풋한 느낌만 나서 아쉬웠다.

별개로 주연급 조연들이 보는 맛이 있었다. 개스톤은 존똑이라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똑같은 것도 똑같은 건데, 진짜 잘생겨서 계속 얼굴 뜯어보게 되곸ㅋㅋㅋㅋㅋㅋ 연기도 찰지게 잘 하고. 특히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진짜 좋았다. 그리고 항상 개스톤보다는 좋아했던 르푸! 르푸가 비겁하고 교활하고 입 잘 털지만 최소한의 선은 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은근슬쩍 개스톤이랑 맞먹는 개그를 보여줬지만 영화에서는, 특히 술집에서 개스톤을 조련하는 것처럼 보여서ㅋㅋㅋㅋ 대사 중에서는 "야수가 날뛰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진짜 괴물은 여기에 있네." 이거. 이 대사 너무 좋았다.

그리고 야수 성대가 황금 성대였다!!! 대사 칠 때는 목소리 좋은 줄 몰랐는데 노래를 부르니까 진짜 좋더라. 저음이 꽉 차게 울리니까 최고... 특히 벨 보내주고나서 솔로로 노래 부를 때 진짜 좋았다. 영화 끝나고 궁금해서 배우를 찾아보니 다운튼 애비의 매튜였다. 매튜는 존잘이었는데 여기서는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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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불평 하나 더 해야지. 자막ㅡㅡ. 영국식 발음 듣고 싶어서 자막 버전으로 봤는데, 자막에 유행어나 신조어같은 것 좀 안 썼으면 좋겠다. 콕스워스가 '심장이 막 나댄다'는 표현을 썼을 때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집중력 돌려냌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외에도 몇 개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초반에 좀 있고, 뒤에 가니까 없기는 했었다. 모든 영화관이 같은 자막을 쓰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메가박스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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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결론을 내면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재미는 있었다. 다만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닐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애니메이션도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굉장히 많고, 영화는 그걸 아아주 살짝 보완하고 오리지널을 살짝 끼얹은거라 팬이 아니고서야 꼭 찾아서 봐야만 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듯이 너무 금방 사랑에 빠진다ㅋㅋㅋㅋㅋㅋㅋ 목숨 구해주고 매너 가르쳐주면 끝?? 애니메이션이야 2D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3D로 보니까 더 급하고 빠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스토리나 뜬금없었던 어머니 과거씬만 빼면 정말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돈이 아까운 정도는 아님. 가사도 오리지널에서 조금씩 변화가 있었고, 새로 만든 곡들도 다 좋았다. 노래가 너무 많아서 뒤쪽은 좀 늘어지기도 했지만... 집에 와서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전개가 그렇게 빠를 수가 없더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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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비교.

영상미  : 2014 (프랑스) > 2017 (디즈니) > 1991 (디즈니)

음악    : 2017 (디즈니) > 1991 (디즈니) > 2014 (프랑스)

재미    : 1991 (디즈니) > 2017 (디즈니) > 2014 (프랑스)

개연성  : 2014 (프랑스) > 2017 (디즈니) > 1991 (디즈니)


2014년도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주연의 프랑스 영화다. 애니메이션까지 본 다음에 이 영화도 봤는데, 영상미는 단연 으뜸이었다; 진짜 아무 데나 일시정지하면 화보 급;; 문제는 프랑스 작품들이 그런 경향이 있듯 장면장면들이 늘어지는 감이 있다. 시간선도 널을 좀 뛰는 편이고. 하지만 여기 야수가 제일 잘생김...ㅋㅋㅋ 왕자가 아니라 야수가. 이 야수가 왕자도 아니고 나이가 무르익은 왕인 게 좀 에러지만. 이 영화가 가장 야수가 된 이유같은 걸 제일 납득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줬다고 생각한다. 야수 자체도 다혈질에 컴플렉스가 있어서 그렇지 품위가 있었고. 디즈니판에서는 요정이 왕자에게 21살 생일 때까지 진정한 사랑을 만나라고 벌을 줬는데, 사용인들 대사로 유추해보면 벌 받고 10년이 지났으니까 1년마다 나이를 먹었다고 치면 벌 받은 시점이 왕자 11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만하고 철없게 굴 만한 나이 맞는 것 같은...데... 구두경고도 없이 벌부터 때린 요정님이 너무하셨닼ㅋㅋ큐ㅠㅠ 그리고 왕자씩이나 되는데 스프 먹는 법을 모를까봐서ㅠㅠ... 춤을 못 춰봤을까봐서ㅠㅠ... 다 포기하고 막 살았다면 이해하는데 모르는 걸로 나오니 괴리감이 있다. 그래도 야수 뿔만큼은 2017년도판이 제일 섹시했다. 애니메이션 볼 때는 뿔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단단한 뿔이 곧게 뻗으니까 진짜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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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렇게 나왔으니 미녀와 야수2 실사판도 찍으려나. 2 찍을거면 파이프오르간 씬 멋지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니지, 원래 있는 애니메이션 실사화할 거면 알라딘이나 노트르담의 곱추 해줬으면 좋겠다. 쟈스민이랑 에스메랄다 존예bb